Culture2011.03.25 01:50
정말 오랫만에 벼르고벼르던 영화를 관람했다.
블랙스완

나탈리 포트만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지만 사전정보는 전혀 없이 보러갔다.

맛난밥 먹고 기분좋게 영화관에 들어갔고
광고화면과 소리가 이상해서 확인하러 갔다가
영화 시작 직후에(영화 화면과  소리는 괜찮았다) 자리에 앉아서 본 영화는

그야말로 전율.

억압된 고교시절 본 쇼생크 탈출 이후로 처음으로 몸에 소름이 돋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스텝롤이 끝나고 나와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전화통화를 하고 나와서 커피숍에 가서 아메리카노에 조각케익을 먹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트윗질을 하고 카톡도 하고 지하철타서 책도읽고 집에와서 컴퓨터를 켜고
리뷰를 쓰기 위해 블로그 관리자 로그인을 해서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잊혀지지 않는 여운.

이 영화는 만화 '스바루'와 많이 오버랩된다.
완벽한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서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버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특히나 영화의 테마인 '백조의 호수'는 완벽히 반대되는 두 인물을 번갈아 표현해야 하기에
자신을 버리고 표현하는 예술의 소재로 딱 맞고 그것은 또한 '스바루'에서도 사용한 도구이다.

글을 쓰거나 춤을 추거나 연기를 하거나 곡을 써본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예술은 처음에는 예술가 자신의 삶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은 예술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인간의 짧은 삶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한계가 있기에
대가들은 '타인의 삶' 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이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a부터z까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가슴으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안무를 완벽하게 하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표현이 나온다.)

대가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자신을 버리고 타인이 되어 표현하기 위해서 겪는 끔찍한 고통들.
그런 고통을 겪어봤다고 말할 수는 없는, 아직 내 삶을 말하기도 벅찬 미흡한 나지만
스스로 조금이나마 고민해 보고, 그리고 주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았기에
더욱 가슴이 저려오고 소름이 돋아오는 영화였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조금씩 완벽한 예술에 다가갈 수록 실제의 삶은 점점 파먹히고 만다.
과연 예술은 모짜르트가 그랬고 반 고흐가 그랬던 것 처럼  
타인의 삶에 살을 붙이면서 예술가의 삶을 갉아먹을 수 밖에 없는것인가.

사실 영화는 분명히 이 외에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표현하고자 한 '블랙스완'은
타인의 삶이라기보다 아직 찾아보지 못한 자기의 모습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그리고 영화는 그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블랙스완의 표현을 막아주는 존재와
그를 일깨워주는 존재를 배치해 두었고 또 거울을 통해 또하나의 자신을 계속해서 비춰준다. 

이런 점들과 다른 이야기,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감동들은 영화를 직접 보면서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위에서 느낀 전율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들을 나도 영화를 다시보면서 느껴볼 생각이다.

이 리뷰는 다만 주인공의 광기어린 행동들이
그저 정신 분열증이나 스트레스에서 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를 언제나 생각하는 예술가의 고뇌라고 느껴진
예술가가 되고싶어하는 한 사람의 감상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본것이 맞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늘밤도 이런 고민들로 밤을 새우고 있을 것이다.

영화관 한켠에서 관심받지 못하던 인디영화인들과
고민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정으로 연기로 그 가슴에서 내 가슴으로 훌륭히 말해준 예술가 나탈리포트만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미리알고 가면 좋은 것 : 백조의 호수 스토리, 구성
-미리 보면 좋은 컨텐츠 : 만화 '스바루' 
-주의할 점 : 조금 잔인한 장면들과 놀래키는 장면들이 있으니 심약한 분들은 마음먹고 가셔야 할 듯 


여담 : 영화가 끝나고 마감시간이 오래남지 않은 홍대 코코브루니에 갔다. 아메리카노 세잔을 주문하고 아메리카노를 받으러 가서
가지고간 초코케익을 먹기 위해서 포크를 달라고 했더니
"손님 죄송한데 여기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안되세요...대신 저희가 서비스로 조각케익 두개를 드릴테니 가지고오신 케익은 좀 참아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하면서 서비스로 케익을 두조각이나 줬다(그것도 내가 고른걸로!!)
감동에 젖어있는데 이런 대박 서비스까지 받고나니 그야말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얼마전 T종로지점 직원분의 정성어린 서비스도 참 기분이 좋았는데, 요즘 왠지 이런 서비스들이 날 기분좋게 한다!!!
Posted by 레몬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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